
여러분, 오랫만입니다. 제가 예전에 올린 투어 블로그(투로그? 블로투어그가 되나요?)를 보신 적이 있다면 제가 기록하는 글이 인간의 역사에서 셰익스피어 희곡에 등장하는 보조 등장인물들의 원시 사회적 연관성에 대한 변증법적 논문은 아마 아닐 걸로 짐작하시리라 믿습니다. 마지막 올렸던 글은 동료인 크리스 램브렉트와 제가 두 대의 Avid S6L 프로토타입을 차에 싣고 유럽 곳곳을 약 1만 km 정도 여행하며 저희 지인들, 그리고 처음 뵙는 분들께 해당 제품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와 아쉬운 점은 무엇인지 피드백을 받는 내용이었습니다. 저의 첫 번째 투어 블로그는 2014년 매시브 어택 월드 투어 당시 작지만 강한 Avid S3L로 믹싱에 참여하면서 시작했던 기억이 나네요. 처음 읽으시는 분이라도 아마 금방 무슨 내용인지 파악이 되실 겁니다. 거의 대부분의 내용은 라운지 이야기, 그리고 라이브 사운드 믹싱에 대한 이런 저런 직업 엔지니어의 생각들이거든요. 저는 두 가지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일을 하고 있습니다. Avid의 콘솔 디자인 팀 소속으로도 일하고 있고, 여러 밴드의 공연에 FOH 믹싱 엔지니어로도 활동 중입니다. 제 첫째 아들 녀석은 학교에서 아버지 직업을 물었더니 ‘록 밴드가 더 시끄러워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했다는군요. 진짜 최고의 설명이네요.

다시 투어의 길에 서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참여했던 투어 세트 2회의 테마를 한데 합쳐서 적어보려고 합니다. 투어 블로그 3부작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저는 현재 최신형 S6L과 함께 매시브 어택 투어 믹싱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전의 다른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저는 편견이 아주 심합니다. 몇 년 전, 저는 오랜 동료이자 수퍼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하는 엔지니어 로버트 스코빌, 아이디어 뱅크인 셸던 래드포드, 앨 매키나 등 네 사람과 함께 펜을 잡고 사방이 화이트보드로 둘러진 방에서 개발 회의를 했습니다. 아주 멋지고 이상적인 형태의 데스크가 도대체 무엇일까 계속해서 생각을 교환했죠. 지난해 말 쯤에 바로 그 개발 회의의 결과로 나왔던 그림이 미국과 유럽 곳곳에 흩어져 개발에 참여한 수백 명의 엔지니어들의 노력 끝에 현실이 되었습니다. 아마 어떤 형식으로건 라이브 사운드 분야에서 일하는 분이라면 이 이야기를 한 번쯤은 듣게 되시리라 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제품이 실제 출시된 이후 저희는 정말 온갖 기술 박람회와 이벤트 현장을 뛰어다니며 정신없이 보냈고, 얼리 어답터 여러분들께 데스크 사용법을 설명하기도 하고 폭발적인 수요와 커뮤니티로부터의 호응에 감격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S6L은 각종 수상의 영광과 타 전문가들의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는 Avid 제품 개발 업무에서 잠시 손을 떼고 이름만으로도 흥분되는 초대형 밴드 매시브 어택 투어 믹싱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화이트보드에 대충 그려놓은 추상화 상태이던 제품을 실제 믹싱 데스크로 완성한 다음, 그 데스크로 제가 좋아하는 밴드의 라이브 믹싱을 담당하는 기분은 정말 최고입니다. 개발 당시 자체 연구 및 평가에서 본 S6L의 사운드 자체는 물론 나무랄 데가 없었지만, 밴드가 무대에 올라 엄청난 수의 청중이 동시에 환호하는 가운데 첫 번째 보컬 라인이 믹스 중앙으로 치고 나오기 전까지는 사실 모든 것이 이론에 불과할 뿐입니다. 가장 최근 진행했던 마지막 투어에서는 컴팩트한 크기와 중량을 자랑하지만 아주 멋진 사운드를 가진 S3L을 사용했었습니다. 어디든 비행기로 쉽게 운송이 가능했고, 사용 가능한 모든 물리적 인풋과 아웃풋을 동원해가며 잠재적인 능력치를 극한으로 끌어올려본 경험이었습니다. 게다가 매시브 어택의 라이브 믹싱은 절대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솔루션에 내장된 모든 DSP 칩의 연산능력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철저하게 쥐어짰습니다. 한편 이번 투어에서는 S6L을 사용하기로 하면서 아주 럭셔리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성능이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은 간지럼을 태워본 정도죠. 벌써 8, 90개 정도의 인풋 채널을 사용하고 있는데 S6L은 192개 채널을 지원합니다. 96개의 버스, 24개의 매트릭스를 지원하죠. 제 기억에는 각각 17개, 9개씩을 사용 중인 걸로 압니다. 최대 4개의 HDX SDP 카드를 사용할 수 있으니 200개의 플러그-인 슬롯 프로세싱이 가능하고, 제 경우 현재 투어에는 2개를 엔진에 사용하고 있으므로 5, 60개 정도의 플러그-인을 투입합니다. 첫 번째 HDX 카드에는 제게 필요한 리버브, 딜레이, Eleven Rack 등을 모두 넣고도 슬롯이 남고 있습니다. 아마 4개의 카드를 전부 사용할 경우는 흔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제가 아는 플러그-인 매니아인 분들, 누군지 말씀 안 드려도 스스로 잘 아시죠? 어디 4장의 카드에 한번 도전해보세요. 물론 내기에 이기려면 실제 공연에서 네 장의 카드를 완전히 가득 채운 상태로 진행 중인 사진을 찍어서 증거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건 그렇고, 96K로 구동되는 새로운 버전의 Sonnox 플러그-인은 정말 감탄하고 있습니다. 뒤에 다시 자세히 적겠습니다.


새로운 프리앰프
신형 96K 프리앰프를 밴드의 레코딩에 실제로 사용하고 쇼에 투입해보는 것은 제게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S3L의 쇼 파일들을 S6L로 불러오는 과정은 이미 부드럽게 끝났습니다. 제 경우 S3L 레코딩을 업샘플링한 다음, 시작점을 잡을 목적으로 집에서 미리 S6L을 통한 ‘버추얼 사운드체크’를 해보기도 했습니다. 아예 처음부터 모든 것을 새로 프로그래밍하고 설정해야 했다면 만 하루는 족히 걸렸을 것 같네요. 쇼 파일이 호환되니까 이렇게 편합니다! 하지만 S6L의 프리앰프로 이전의 레코딩 품질을 들어본 후에는 적잖이 놀랐습니다. 사운드에 전반적으로 조금씩 입체감이 더해졌고, 굉장히 또렷하게 들렸기 때문입니다. 아마 그날은 하루종일 웃으면서 다녔던 것 같네요.

진짜 물건
준비를 마친 저희 일행은 프로덕션 리허설 현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정말 멋진 곳이었고, 저는 믹스에 사용할 목적으로 작은 PA 시스템을 챙겨왔습니다. 그런데 엄청난 내공의 소유자로 제가 매우 존경하는 호러스 앤디 씨가 제 데스크 쪽으로 다가오더니 사진을 찍기 시작하더군요. 손가락으로 S6L을 가리키면서 그의 전설적인 자메이카 레게 음색으로 “진짜 물건”이라는 평을 주셨습니다. 저는 데스크 사진을 뭐하러 찍으신 거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집 친구들이 내 진짜 물건 보게 하려고”라고 하시더군요. 나중에 하드웨어 디자이너를 담당한 매테우스에게 ‘스튜디오 원의 마지막 스타 중 한 명이 S6L 디자인을 보고 마음에 들어했다’고 전해줬더니 엄청나게 감동을 받더군요. 프로덕션 리허설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모두들 좋은 시간을 보냈고, 이전 블로그에서 제가 언급한 적이 있던 LTC 워크플로우를 사용해 버추얼 프로덕션 리허설을 끝냈습니다. 밴드는 사실상 프런트 위치에서 계속 프로덕션 전체를 보고 들을 수 있습니다. 저는 LTC를 버추얼 사운드체크에 사용하는 Pro Tools 트랙의 하나로 레코딩하기 때문에, 해당 코드를 데스크에서 직접 출력해 동일한 코드로 쇼를 진행하는 비주얼 담당자에게 보내줄 수 있죠.
처음으로 PA를 통해 S6L 기반 라이브 믹싱으로 밴드의 연주를 들어보니 정말 감개무량했습니다. 약 1년 전만 하더라도 S3L의 성능과 사운드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었는데, 이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기 때문이죠. 엔지니어로서 무척 만족스러웠고, 디자이너로서도 정말 뿌듯했습니다. 해피한 시간이었습니다.

EQ, 다이나믹, 그리고 플러그–인
그러면 제 쇼에서 달라진 부분들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EQ를 전부 0으로 돌리고 다시 설정한 것이 첫 번째 변화였습니다. 저는 시그널 플로우의 이동에 절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이 있어요. 좋은 소스가 있고, 제대로 된 위치에 좋은 마이크를 배치했고, 좋은 프리앰프와 컨버터가 좋은 PA 시스템에 시그널을 피드하고 있다면? 그런 상황에서는 절대 사운드에 손을 댈 필요가 없는 완벽에 가까운 상태라야 하겠죠. 제 경우 마이크에서 PA까지 일직선에 가까운 시그널 경로지만 정말 사운드가 좋았습니다. 물론 언제나 이곳 저곳에 HPF와 LPF가 필요하긴 하지만, EQ나 다이나믹은 거의 쓰지 않고도 충분히 양질의 스타팅 믹스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다음 각각의 채널 프로세스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킥 드럼 마이크의 경우 로우 엔드를 키우고 로우 미드는 약간 덜어냈으며, 햇과 오버헤드에는 톱 엔드 셸프를 조금 추가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채널은 수평 그대로 보존했죠. 아마 제가 지금까지 했던 어떤 투어보다 수평에 가까웠을 겁니다. 게이트의 경우 모두 내장으로만 사용했는데, 굉장히 맑고 반응성이 좋아서 외부 기기나 플러그-인이 별도로 필요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드럼에는 채널 컴프레서를 걸었는데, 역시나 정말 빛의 속도로 빠르고 사용도 아주 쉬웠어요. 데스크의 채널 프로세싱에서 약간의 게이트와 컴프레서, EQ를 적용하는 것만으로 옛날 아날로그 데스크와 포인트 소스 스피커 조합 이후 정말 오랫만에 가슴이 쿵쾅거리는 킥 드럼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 감흥이 정말 오랫만에 되살아나는 걸 느꼈죠. 이 사운드를 계속 듣고 있다 보면 저절로 머리숱도 늘어나고 모발 색깔도 진해지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 다음에는 플러그-인을 몇 가지씩 추가해 보았습니다. 저는 모든 채널에 멀티밴드 컴프레서를 거는 트렌드와는 조금 거리를 둡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보컬리스트에게 마치 언어장애가 오는 것 같이 들릴 때가 있어요. “모순 말쌈인징 몰갠네용?” 이런 식으로요. 좌우지간, 저는 새로운 Avid Pro Multiband를 2개의 베이스 채널(프리 이펙트, 포스트 이펙트 각 1개씩)에 걸어본 결과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제 경우 멀티밴드를 분리시켜서 PA가 서브와 플라잉 로우에서 갈라지는 지점, 그리고 다시 300 Hz와 800 Hz에서 각각 교차하도록 설정했습니다. 매시브 어택 투어에는 최하단 음역대가 정말 중요한데, 아주 강력한 힘과 위력이 느껴지면서도 절제미를 살리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Pro Multiband를 인서트한 상태에서는 아주 편안하게 PA의 각 위치로 전달되는 베이스를 콘트롤할 수 있었고, 음악적인 깊이를 충분히 살리면서 시스템의 어떤 부위에도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세트 가운데 몇몇 지점에는 공연장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강력한 서브톤을 발산하는 빈티지 신디사이저 연주가 있습니다. 이 경우는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도록 높은 비율로 채널 컴프레서를 걸어둡니다. 아날로그는 보통 따뜻하고, 개성있고, 현실감 있다고들 하죠. 이걸 반대로 말하면 같은 사운드를 절대 재현할 수 없고, 오류의 가능성이 있고, 언제든 재앙이 닥칠 수도 있다는 의미일 겁니다. 물론 선택은 각자의 몫입니다.
진행 중인 투어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신디사이저와 샘플링 키보드 라인을 사용합니다. 저는 이런 유형의 사운드를 정리하고 믹스에 잘 맞도록 배치하려는 목적으로 Sonnox Oxford Dynamics 플러그-인을 사용합니다. 자주 사용하는 옵션 중 하나가 ‘warm’인데, 전체적인 사운드와 곡에 따라서 약간의 아날로그 느낌이 나도록 연출할 수 있죠. 모든 플러그-인의 설정은 제 개인 스냅샷에 저장이 가능하고, 곡에 따라서 변경하거나 같은 곡이라도 부분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습니다. 리버브의 경우는 데스크 자체에 내장된 Revibe를 사용하는 중이며 Sonnox Oxford 리버브도 함께 사용 중입니다. 언급한 플러그-인들은 새로운 버전이 나오면서 디테일이 굉장히 높아졌어요. 특히 Oxford 리버브는 테일 페이드아웃이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악기나 음성을 굉장히 편안한 3차원 공간에 있는 것처럼 배치해주죠. 그리고 리버브 대비 초기 반사음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는 페이더도 아주 유용합니다. 초기 반사음만 남을 때까지 한번 이리저리 맞춰보세요. 아주 재미있는 도구입니다. 보컬에 있어 저는 더 매닉스, 콜드플레이, 얼트 J 등 다양한 투어 믹싱을 거치는 동안 항상 Revibe를 사용해왔습니다. 최근 출시된 버전은 보다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느낌이 들더군요. 궁금하실 분들이 있어 말씀드리면 저는 스튜디오 A 프리셋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저는 20년 동안 계속 같은 헤드폰만 사용하고 있어요. 저는 ‘고장나지 않는 이상 계속 쓰자’는 주의거든요.

투어의 시작
저희는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올림피아 시어터에서 두 차례 워밍업 공연을 가졌습니다. 그곳에서 믹싱을 해본 적이 없으시다면 미리 알려드리죠. 믹스 포지션만 놓고 보면 엔지니어의 바로 앞에 휘어지는 발코니 아래쪽에 있기 때문에 아주 불리합니다. 게다가 공연 중간에 조금 조용해진다 싶으면 목청껏 자유발언을 하시는 청중들이 꼭 있는데, 언급한 바로 그 위치에서는 수백 명의 자유발언 소리에 둘러싸이는 형국이 됩니다. 사실 이런 이유에서 영국에서는 첫 번째 정식 공연 전까지는 믹스와 데스크, 그리고 밴드 연주의 미세한 뉘앙스들을 개인적으로 즐기지 못했습니다. 현장에는 애드 립 오디오가 제공한 K2 장비가 들어왔고, 제 친구이자 동료인 토니 서보가 매일같이 시스템 디자인과 튜닝을 맡았습니다. 개인적으로 항상 신뢰하는 전문가가 매일 시스템 전체를 모니터링하며 룸의 곳곳을 빠짐없이 채울 수 있도록 관리해주니, 그것만큼 안정적인 환경이 또 없더군요. 덕분에 라이브 믹싱이라는 본연의 업무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데스크 설정을 모두 마치고 식사를 끝내는 동안 토니가 핑크 노이즈와 레이저 작업을 모두 마쳤더군요. 준비가 모두 끝났다는 신호를 받고 나서는 Pro Tools 시스템의 버추얼 사운드체크 모드로 “Paradise Circus”를 재생하며 토니와 함께 전반적인 상태를 점검했습니다. 조금씩 조정이 필요한 부분들은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 새로 추가해야 하는 항목은 없었습니다. 룸의 형태에 따라 제 매트릭스와 한두 개 정도의 인필, 아웃필 믹스를 LR과 서브에서 토니에게 보내주는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매시브 어택의 스테이지에는 9명의 서로 다른 보컬리스트를 위한 5개의 마이크 포지션이 지정되어 있습니다. 반드시 확인해야 할 점 중 하나는 바로 단 하나의 PA나 인필 장비도 이러한 마이크와 동일선상에 있거나 뒤쪽에 위치하지 않도록 철저히 확인하는 것입니다. 몇몇 보컬리스트들은 발성이 조금 작은 편이어서, 엄청난 음량의 연주에 비해 충분한 사운드를 확보하려면 보컬을 위한 확 트인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거든요. 여러 공연장 가운데 일부에는 애매하게 걸리는 지점이 있기 때문에 앞쪽 라인을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스테이지 위쪽으로 이동해야만 했습니다. 공연 대부분을 후방 조명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조명감독을 맡은 헌터도 프런트 라인 포지션을 아주 편하게 생각하더군요. 유일한 문제점이라고 하면 오버헤드 조명 장비들의 위치가 보컬들의 앞으로 올 경우 얼굴이 너무 잘 보이게 되는 정도였습니다. 원래 계획은 공연 내내 위치가 변경되는 초대형 비디오 월 앞에 선명한 실루엣을 연출할 수 있도록 전체를 후방 조명으로 배치하는 거였죠. 간혹 제가 데스크에서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면 그 위용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브릭스턴 아카데미
브릭스턴 아카데미에서 열리는 공연에 엔지니어로 와보신 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게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최고의 공연장입니다. 이곳은 1920년대에 영화관으로 시작해 1970년대부터 공연장으로 탈바꿈했습니다. 브릭스턴 아카데미에는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 촬영장처럼 무대를 둘러싼 이탈리아식 프로시니엄 아치가 설치되어 있는데, 왜 이런 형태인지는 저도 설명을 들어본 적이 없네요. 이곳에서 라이브 투어를 가졌던 뮤지션들로는 클래시, 피스톨즈, 마돈나, 아이언 메이든, 폴리스, 에릭 클랩튼, 다이어 스트레이츠 등이 있고, 그 밖에 레게 장르의 거장들도 여러 명 이곳을 거쳐갔습니다. 제가 파릇파릇한 10대 청소년이던 시절 여기서 피터 토시를 본 기억이 나네요. 개인적으로는 매닉스의 라이브 믹싱을 맡았던 공연이 가장 좋았는데, 바인스, 핀들레이 퀘이, 스릴즈 등의 믹싱도 아주 즐거웠던 기억이 납니다. 여담이지만, 아내한테 첫째 아이를 임신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장소가 바로 이곳 스테이지였어요. 지금은 다 커서 대학에 다니고 있죠. 정확히 몇 명의 아티스트와 이곳에서 함께 했고 몇 차례의 공연을 했는지는 기억하기 어렵지만, 어떤 의미에서 제게는 집처럼 편안한 곳입니다. 스탠딩 공연의 경우 5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바닥에 약간의 경사가 있고 무대의 위치가 높아서 누구나 자유로운 시야로 공연을 감상할 수 있죠. 사운드만 놓고 보면 최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강렬한 록 사운드 하나는 최고입니다. 이곳을 저와 함께 처음 찾는 사람들이 있을 때 항상 알려주는 재미난 비밀이 있는데, 스테이지 바로 앞에 보면 가짜 지붕 위에 숨겨진 반구 천장이 하나 있어요. 아주 정확히 특정 위치를 찾아 서게 되면 거의 5, 6초 정도 흔들리며 지속되는 에코 사운드를 들어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3절법으로 나가기 때문에, 박수를 한번 치면 피치 모듈레이션까지 되면서 ‘착차차착 착차차착 착차차착’ 소리가 계속 들리게 됩니다. 굉장하죠. 그곳에서는 3일간 공연했는데, 정말 즐거웠습니다.

저희는 영국 일정에서 최대 규모의 스테이지를 앞두고 K1으로 업그레이드했습니다. 덕분에 오래된 록 음악의 유령들도 전부 깨울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서브 베이스가 생겼죠. 이곳에서의 믹싱은 한 10년 만에 처음인 것 같은데,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새삼 느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옛날에는 대형 S4 캐비닛을 스테이지 양쪽에 높이 쌓아서 엄청난 규모의 ‘사운드 장벽’을 세웠던 기억이 나더군요. 앞에서는 거의 고막이 터질 지경인데, 룸의 절반 정도만 지나가도 김이 빠지곤 했습니다. 지금은 제 S6L 시스템과 토니의 첨단 라인 어레이로 코앞까지 사운드가 도달하죠. 제 위치에서도 사운드가 너무 가깝게 들렸던 까닭에 로컬 모니터가 켜진 건 아닌지 확인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S6L은 우수한 성능의 라인 어레이와 조합할 경우 진정한 3차원 입체 사운드가 무엇인지 경험하게 해줍니다. 이번 공연에도 엄청난 너비의 음장에 정확히 전달되는 스테레오 사운드를 확보했는데, 그러면서도 다른 쪽 플레인에서는 깊이가 느껴졌죠. 톱 엔드는 마치 머리 위로 날아가고, 서브는 하체를 뒤흔들고, 베이스는 가슴팍을 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심지어 룸 뒤쪽에 스피커를 배치했느냐는 질문도 받았습니다. 그만큼 심리적인 어쿠스틱 서라운드 효과가 있었다는 증거겠죠. 개인적으로도 이 공연처럼 딜레이를 재미있게 믹싱하며 함께 즐겼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믹싱 작업은 언제나 즐겁지만, 제 귀에 들리는 사운드에 그렇게 자신있던 적은 드물어요. 그리고 청중들과도 그런 훌륭한 사운드로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죠. 게다가 데스크에 편하게 앉아서 너무나 쉽고 간단하게 이 모든 믹싱이 가능했습니다. 복잡한 워크플로우 속에 갇혀서 우왕좌왕하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오디오에만 몰두해서 마음껏 창작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잊지 못할 환상의 순간이었어요

이번 여름에는 여러 곳의 유로 페스티벌에서 매시브 어택 투어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혹시 같은 곳에서 믹싱을 맡게 되신다거나 하면 한번 들러주세요. 바쁘시더라도 S6L 시스템을 직접 소개하며 재미있는 이야기도 나누고 여러 가지 정보도 교환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S6L 시스템 개요, S6L의 VENUE 소프트웨어 설치 및 활성화 방법, 시스템 복원 키 만들기 등 크리스 램브렉트와 제가 함께 제작한 유용한 가이드도 온라인 동영상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더불어 현재 진행 중인 매시브 어택 투어를 주제로 한 EventElevator와의 인터뷰 동영상도 확인해보세요.
그럼 모두들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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